다리 혈관이 갑자기 딱딱하고 빨갛게 부어오른다면, 표재정맥염일 때 치료는 어떻게 달라질까

평소 신경 쓰이던 튀어나온 혈관 부위가 며칠 전부터 갑자기 딱딱하게 만져지고, 누르면 아프면서 피부까지 붉게 부어올랐다는 이야기를 진료실에서 종종 듣습니다. 열이 나는 정도는 아니지만 그 부위만 화끈거리고 당기는 느낌이 든다고도 합니다. 이런 변화가 생기면 단순히 정맥류가 심해진 것인지, 아니면 다른 문제가 새로 생긴 것인지 궁금해지실 수 있습니다.

이런 증상의 흔한 원인 중 하나는 표재정맥염입니다. 피부 가까이 있는 표재정맥 안에 혈전이 생기고, 그 혈관벽에 염증 반응이 함께 나타나는 상태를 말합니다. 다만 비슷하게 보일 수 있는 다른 상황도 있어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피부 감염(봉와직염)으로 넓은 범위가 붉어지고 열감이 심해지는 경우, 외상이나 눌림으로 인한 국소 염증, 그리고 드물지만 심부정맥혈전증이 같이 진행되는 경우도 배제해야 합니다.

이 중 어떤 상황인지 구분하는 단서는 증상이 나타나는 양상에 있습니다. 표재정맥염은 대개 만져지는 혈관을 따라 끈처럼 딱딱한 부분이 느껴지고, 그 경로를 따라 붉어짐과 통증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피부 감염은 혈관 경로와 무관하게 피부 전체가 미만성으로 붉어지고 열감이 심한 경향이 있고, 심부정맥혈전증은 장딴지 전체가 붓고 당기는 느낌이 함께 동반되는 경우가 많아 양상이 다릅니다. 다만 증상만으로 완전히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어, 육안 소견과 촉진만으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습니다.

표재정맥염이 잘 생기는 배경에는 정맥류가 있는 혈관의 혈류 정체가 있습니다. 판막 역류로 혈류가 느려지고 정맥 안에 피가 오래 머무르게 되면 혈전이 생기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지고, 여기에 혈관벽의 염증 반응이 더해지면서 통증과 발적, 열감이 함께 나타나게 됩니다.

이런 변화가 있을 때는 정맥초음파로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초음파로는 혈전이 실제로 어느 혈관에, 어느 범위까지 있는지, 그리고 표재정맥이 심부정맥과 만나는 접합부까지 얼마나 가까운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눈으로 보이거나 손으로 만져지는 범위와 실제 혈전이 미치는 범위가 항상 일치하지는 않기 때문에, 이 확인 과정을 건너뛰기는 어렵습니다.

표재정맥염과 심부정맥의 위치 관계(개념도) 정상 표재정맥 혈류가 원활한 상태 (판막 정상 작동) 표재정맥염(혈전+염증) 혈전으로 딱딱해지고 붉어지며 통증 발생 심부정맥과의 거리 심부정맥 정맥초음파로 접합부까지 거리 확인
표재정맥염이 심부정맥 접합부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정맥초음파로 확인하는 개념도

검사 결과에서 중요하게 보는 것은 혈전의 끝부분이 심부정맥 접합부로부터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입니다. 접합부에서 충분히 떨어져 있다면 표재정맥 안에 국한된 문제로 볼 수 있지만, 접합부에 가까워지고 있다면 심부정맥 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거리가 가깝다는 것 자체가 반드시 심각한 상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추적이 더 필요한 신호로 받아들여집니다.

접합부에서 충분히 떨어진 국소적인 표재정맥염이라면 통증과 염증을 줄이는 보존적 치료로 경과를 지켜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혈전이 접합부에 가깝거나 범위가 넓다면 항응고 치료 등 추가적인 대응이 필요한지를 함께 판단합니다. 어느 방향으로 갈지는 혈전의 위치와 범위, 환자의 다른 위험 요인에 따라 달라지므로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개별적으로 결정하게 됩니다.

염증이 가라앉고 안정된 이후에는 애초에 이 혈전이 생기게 만든 정맥류, 즉 역류가 있는 혈관을 어떻게 할지 논의하게 됩니다. 레이저나 고주파를 이용한 정맥폐쇄술, 초음파 유도 경화요법 등 여러 방법 중에서 혈관의 굵기와 경로, 염증이 있었던 부위 등을 함께 고려해 방법을 정합니다. 다만 급성 염증이 있는 시기에 곧바로 이런 시술로 넘어가지는 않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한 가지 짚어둘 점은, 표재정맥염이 가라앉았다고 해서 정맥류의 근본 원인인 판막 역류가 저절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염증만 가라앉히고 넘어가면 같은 혈관에서, 또는 다른 혈관에서 비슷한 염증이 다시 생길 수 있습니다.

다리 혈관 부위가 갑자기 딱딱해지고 붉어지며 통증이 느껴진다면, 특히 그 범위가 넓어지거나 장딴지 전체가 붓는 느낌이 더해진다면 증상이 지속되는지 지켜보기보다 정맥초음파를 포함한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전상협 / 심장혈관흉부외과 전문의 / 하지웰심장혈관흉부외과의원 원장 / 주요 진료분야: 하지정맥류·만성정맥질환 / 부산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 부산대학교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수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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