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날 때는 다리가 가벼운데, 오후를 지나 저녁이 되면 신발이 꽉 끼고 양말 자국이 깊게 남는다는 분들이 있습니다. 같은 다리인데 왜 시간에 따라 이렇게 달라지는 걸까요.
저녁에만 붓는다는 것이 의미하는 것
아침엔 정상이었다가 저녁에 붓는 패턴 자체는 중력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을 먼저 생각하게 합니다. 누워서 자는 동안에는 다리와 심장의 높이 차이가 거의 없어 정맥 안의 압력이 낮아지고, 낮 동안 고여 있던 조직액이 어느 정도 빠져나갈 시간을 갖습니다. 반대로 하루 종일 서 있거나 앉아 있으면 다리 정맥 안의 압력이 계속 높은 상태로 유지되고, 이 압력이 모세혈관에서 조직 쪽으로 수분이 빠져나가는 양을 늘려 저녁이 되면 붓기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가능한 원인은 한 가지가 아닙니다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종아리 근육 펌프와 정맥 판막의 기능입니다. 걸을 때 종아리 근육이 수축하면서 정맥 속 혈액을 심장 쪽으로 밀어 올리고, 판막은 그 혈액이 다시 아래로 흘러내리지 않도록 막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 판막 기능이 떨어져 있으면(정맥역류) 서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다리 아래쪽에 혈액과 조직액이 더 쉽게 고입니다. 다만 저녁에 붓는 다리가 모두 정맥역류 때문은 아닙니다. 단순히 오래 서 있거나 앉아 있는 생활 패턴, 짠 음식 섭취, 일부 혈압약 등 약물의 영향, 임신 중 호르몬 변화만으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감별이 필요한 이유
같은 “저녁에 붓는 다리”라도 감별이 필요한 이유는 원인에 따라 접근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한쪽 다리에만 나타나고 부풀어 오른 혈관이 눈에 보이거나 다리가 무겁고 뻐근한 느낌이 함께 있다면 정맥 문제 쪽에 무게가 실립니다. 반면 양쪽 다리가 동시에, 발등부터 정강이까지 고르게 붓고 숨이 차거나 체중이 갑자기 늘어나는 증상이 동반된다면 심장이나 신장, 간 기능과 관련된 전신적인 원인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이런 경우는 정맥초음파만으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 다른 진료과와의 확인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객관적 검사와 결과의 의미
정맥 쪽 원인이 의심되면 정맥초음파로 확인합니다. 이 검사는 서서 하는 것이 원칙인데, 누운 자세에서는 중력의 영향이 빠져 있어 실제 서 있을 때 나타나는 역류를 놓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검사에서는 판막이 닫히는 데 걸리는 시간(역류 시간)과 역류가 있는 정맥의 위치, 범위를 함께 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역류가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치료 여부를 정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초음파 소견과 저녁마다 붓는 증상의 패턴이 서로 맞아떨어지는지를 함께 보는 것이 판단의 핵심입니다.
치료가 필요한 경우와 선택지
초음파에서 의미 있는 역류가 확인되고, 그 위치가 실제 붓기·무거움 증상이 나타나는 부위와 일치한다면 치료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시도하는 것은 압박스타킹으로 다리 바깥에서 정맥 압력을 보조하는 방법이고, 증상이 지속되거나 역류의 범위가 뚜렷하다면 레이저를 이용한 정맥폐쇄술이나 초음파 유도 경화요법 등으로 문제가 되는 정맥의 역류를 없애는 방법을 검토합니다. 어떤 방법이 적합한지는 정맥의 굵기, 역류 위치, 환자의 생활 패턴에 따라 달라지므로 한 가지 방법이 모든 경우에 우선하지는 않습니다.
한계와 다음 행동
다만 정맥 치료가 저녁 붓기를 항상 완전히 없애준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오래 서 있는 근무 환경이나 짠 음식 섭취 같은 다른 요인이 함께 작용하고 있다면 정맥만 치료해도 붓기가 일부 남을 수 있고, 애초에 정맥 외의 원인이 섞여 있었다면 그 부분은 별도로 확인이 필요합니다. 저녁마다 다리가 붓는 증상이 반복되고 신발 자국, 무거움, 혈관이 도드라져 보이는 변화가 함께 있다면 원인을 스스로 판단하기보다 정맥초음파를 포함한 진료를 통해 확인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전상협 / 심장혈관흉부외과 전문의 / 하지웰심장혈관흉부외과의원 원장 / 주요 진료분야: 하지정맥류·만성정맥질환 / 부산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 부산대학교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수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