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임신을 계획하고 있는데 다리에 보이는 혈관이 신경 쓰여서 지금 치료를 받아야 할지, 출산 이후로 미뤄야 할지 고민이라는 질문을 진료실에서 종종 듣습니다. 특히 예전부터 다리가 무겁고 저녁마다 혈관이 도드라져 보였던 경우라면, 임신 전에 치료를 마쳐야 하는지 아니면 임신 중 증상이 심해진 뒤에 판단해도 되는지 혼란스러울 수 있습니다.
임신과 하지정맥류, 어떤 관계가 있을까
임신 자체가 하지정맥류가 새로 생기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이미 있던 정맥 역류를 눈에 띄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호르몬 변화로 정맥벽이 이완되고, 커지는 자궁이 골반 정맥을 누르면서 다리로 내려오는 정맥압이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임신 전 상담에서 먼저 구분해야 하는 것은 ‘임신과 무관하게 이미 있던 정맥 역류’인지, ‘임신이라는 시기에만 두드러질 수 있는 변화’인지입니다.
증상만으로는 구분이 어려운 이유
다리가 무겁거나 혈관이 비쳐 보이는 느낌은 정맥류뿐 아니라 단순 부종, 체중 변화, 임신과 무관한 하지 피로감에서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임신 계획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바로 치료를 결정하기보다, 지금 보이는 혈관이 실제 역류를 동반한 정맥류인지부터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정맥초음파로 확인하는 것
이 구분은 정맥초음파로 확인합니다. 선 자세에서 대복재정맥이나 소복재정맥, 필요하면 관통정맥까지 역류 여부와 역류가 지속되는 시간을 측정해 현재 정맥 기능 상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합니다.
검사 결과가 의미하는 것
검사에서 뚜렷한 역류가 확인되지 않는다면, 지금 보이는 변화는 임신 시기에 함께 나타났다가 출산 후 가라앉는 경우가 있어 임신 전 치료가 꼭 필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이미 분명한 역류가 있고 증상이 동반된다면, 임신 중 정맥압이 더 올라가면서 증상이 심해질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치료가 필요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치료 여부는 임신 계획이 있는지가 아니라 지금의 역류 정도와 증상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역류가 있고 증상이 불편한 수준이라면 임신 전 치료를 검토해볼 수 있고, 역류가 경미하거나 증상이 뚜렷하지 않다면 경과를 지켜보면서 이후 상태를 다시 평가하는 방법도 선택지가 됩니다.
선택 가능한 방법과 순서
임신 전 치료를 선택하는 경우 레이저나 고주파 등 열을 이용한 정맥폐쇄술, 또는 상황에 따라 초음파 유도 경화요법 등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다만 어떤 방법을 선택하든 충분한 회복 기간을 두고 추적 정맥초음파로 폐쇄 상태를 확인한 뒤 임신을 시도하는 순서가 안전합니다. 임신 중에는 시행할 수 있는 시술 방식에 제한이 있어 새로운 치료를 시작하기 어렵기 때문에, 임신 중 증상이 심해지면 압박스타킹 착용이나 다리를 자주 올려주는 등 보존적 관리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알아두어야 할 한계
임신 전 치료를 받았다고 해서 다음 임신 동안 정맥 관련 증상이 전혀 생기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임신은 그 자체로 정맥압을 높이는 생리적 변화이기 때문에, 치료 여부와 관계없이 다리가 무겁거나 혈관이 다시 도드라지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또한 한 번의 치료로 모든 정맥 분지의 역류까지 다루게 되는 것은 아니어서, 치료 후에도 경과를 지켜봐야 하는 부분이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확인해볼 것
임신 계획과 하지정맥류 치료 시기를 함께 고민하고 있다면, 먼저 정맥초음파로 현재 역류 유무와 정도를 확인한 뒤 치료 필요성과 시기를 상담해보는 순서가 도움이 됩니다. 증상이 지속되거나 궁금한 점이 있다면 의료진 진료를 통해 원인을 확인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전상협 / 심장혈관흉부외과 전문의 / 하지웰심장혈관흉부외과의원 원장 / 주요 진료분야: 하지정맥류·만성정맥질환 / 부산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 부산대학교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수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