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중 “저는 나이도 있고 심방세동으로 항응고제를 복용하고 있는데, 하지정맥류 치료를 받아도 되나요?”라는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고령 환자분들 중에는 심방세동, 기계판막 치환술 병력, 과거 정맥혈전색전증 병력 등으로 항응고제나 항혈소판제를 장기 복용하는 경우가 많고, 하지정맥류로 인한 다리 무거움이나 부종, 색소침착이 있어도 출혈 위험이 걱정되어 치료 자체를 미루거나 아예 진료를 포기하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이 질문에 답하려면 먼저 ‘항응고제’라는 한 단어로 뭉뚱그리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와파린, 리바록사반·아픽사반 등 NOAC(비타민K 비의존성 경구항응고제), 아스피린·클로피도그렐 같은 항혈소판제는 작용 기전과 출혈 위험이 서로 다릅니다. 또한 약을 복용하는 이유가 심방세동인지, 기계판막인지, 과거 정맥혈전색전증인지에 따라 임의로 중단했을 때의 위험도 크게 달라지므로, 항응고제를 복용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치료 가능 여부를 단정하지 않습니다.
실제 치료 가능 여부를 판단하는 근거는 서서 시행하는 정맥초음파 검사입니다. 표재정맥(대복재정맥·소복재정맥)의 역류 위치와 범위, 혈관 직경, 정맥벽 상태를 확인하고, 이와 별도로 현재 복용 중인 약물의 종류와 처방 이유, 최근 혈액검사 결과, 다른 동반 질환 여부 등을 함께 검토합니다. 이 과정을 건너뛰고 나이나 약물 복용 여부만으로 치료 가능성을 판단하지는 않습니다.
검사에서 표재정맥 역류가 확인되었다고 해서 항응고제를 복용 중인 모든 환자가 곧바로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항응고제를 복용한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치료가 제한되는 것도 아닙니다. 열소작술(레이저나 고주파를 이용한 정맥폐쇄술)은 절개를 최소화하고 국소마취로 진행할 수 있어, 항응고제를 유지한 상태로 시행된 임상 경험이 다수 보고되어 있습니다. 다만 이는 모든 환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뜻이 아니라, 환자 개개인의 출혈 위험과 정맥 상태를 함께 고려해 적응증을 판단한다는 의미입니다.
치료법을 선택할 때는 마취 방식과 침습도의 차이도 함께 살펴봅니다. 열소작술은 국소마취로 진행되고 절개가 거의 없는 반면, 초음파 유도 경화요법은 국소 주사를 통해 약물을 주입하는 방식이고, 수술적 발거술·결찰술은 상대적으로 더 넓은 범위의 마취와 절개가 필요합니다. 각 방법마다 출혈을 관리하는 방식과 회복 과정이 다르기 때문에, 항응고제를 복용 중이라면 이러한 차이를 함께 고려해 치료법을 논의하게 됩니다.
다만 항응고제 중단 여부를 임의로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항응고제를 처방한 심장내과 등 주치의와 반드시 상의해 중단 가능 여부와 대체 방법을 결정해야 하며, 고령 환자는 동반 질환이나 전신 상태, 낙상 이력 등에 따라 치료 범위와 마취 방법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어떤 치료법도 출혈 위험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하며, 치료 후에도 재개통이나 새로운 역류가 생길 수 있다는 점, 멍이나 일시적인 부종이 남을 수 있다는 점도 미리 알아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고령이거나 항응고제를 복용 중이라는 이유로 진료 자체를 미루기보다는, 정맥초음파 검사와 함께 현재 복용 중인 약물 목록과 처방 이유를 지참해 진료를 받아보시는 것을 권합니다. 증상이 지속되거나 반복된다면 진료를 통해 원인을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전상협 / 심장혈관흉부외과 전문의 / 하지웰심장혈관흉부외과의원 원장 / 주요 진료분야: 하지정맥류·만성정맥질환 / 부산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 부산대학교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수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