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서 “다리가 아파서 왔는데, 혹시 하지정맥류 아닐까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걷다 보면 종아리가 뻐근하거나, 무릎 뒤쪽이 당기거나, 발바닥이 화끈거리는 증상까지 “다리가 아프다”는 한 문장 안에 묶여서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다리 통증은 정맥 문제만으로 생기는 증상이 아닙니다. 통증의 위치와 양상, 그리고 검사 결과가 서로 일치하는지를 함께 봐야 원인을 좁혀갈 수 있습니다.
다리 통증을 일으킬 수 있는 여러 원인
다리 통증은 정맥 순환 문제 외에도 여러 원인에서 비롯될 수 있습니다. 근육을 오래 긴장시켜 생기는 근골격계 통증, 허리 디스크나 말초신경 문제로 인한 저림성 통증, 무릎·발목 관절염으로 인한 관절 통증, 드물게는 말초동맥 순환 저하로 인한 통증까지 다양합니다. 정맥 문제로 인한 통증은 보통 오래 서 있거나 하루가 끝날 무렵 묵직하게 느껴지고 다리를 올리면 줄어드는 경향이 있지만, 이런 특징이 다른 원인의 통증과 겹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증상만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이유
같은 “저녁에 다리가 무겁다”는 표현도 정맥 순환 저하 때문일 수 있고, 하루 종일 서서 일한 근육 피로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같은 “종아리가 당긴다”는 증상도 정맥 역류 때문일 수 있지만, 좌골신경통이나 근막 문제로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증상의 위치, 시간대, 움직임과의 관계만으로는 원인을 확정하기 어렵고, 증상과 객관적 검사 결과가 서로 일치하는지를 함께 살펴야 판단할 수 있습니다.
정맥초음파로 확인하는 것
정맥 문제가 의심되면 정맥초음파(duplex 초음파) 검사를 통해 판막이 제대로 닫히는지, 혈류가 거꾸로 흐르는 역류가 있는지, 어느 정맥에서 어느 정도의 범위로 역류가 나타나는지를 객관적으로 확인합니다. 이 검사는 서서 시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중력의 영향을 받는 상태에서 혈류 방향을 봐야 실제 상황에 가까운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검사 결과가 의미하는 것
정맥초음파에서 역류가 확인되었다고 해서 그것이 지금 느끼는 통증의 원인이라고 바로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역류의 위치와 범위가 통증이 있는 부위와 관련이 있는지, 역류의 정도가 증상을 설명할 만한 수준인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반대로 통증은 뚜렷한데 정맥초음파가 정상이라면, 근골격계나 신경계 등 다른 원인을 찾아보는 방향으로 접근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치료가 필요한 경우
증상과 정맥초음파 결과가 서로 일치하고, 그 정맥 역류가 증상을 설명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치료를 고려합니다. 역류가 있어도 증상이 없거나 경미하다면 바로 시술하기보다 경과를 지켜보는 선택지도 있습니다. 즉 초음파에서 역류가 나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치료 여부가 정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선택 가능한 방법들과 한계
정맥 문제로 확인된 경우에도 레이저나 고주파를 이용한 정맥폐쇄술, 초음파 유도 경화요법 등 혈관의 해부학적 위치와 상태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합니다. 다만 정맥초음파는 정맥계의 상태를 보여줄 뿐, 근육·관절·신경 문제까지 함께 설명해주지는 않습니다. 통증의 원인이 여러 가지가 겹쳐 있는 경우도 있어서, 필요하면 정형외과나 신경과 등 다른 진료과와 함께 확인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다음 행동
다리가 아프다고 해서 모두 하지정맥류는 아닙니다. 통증의 양상을 스스로 판단하기보다, 증상이 반복되거나 오래 지속된다면 진료를 통해 정맥초음파 등 객관적인 검사로 원인을 확인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전상협 / 심장혈관흉부외과 전문의 / 하지웰심장혈관흉부외과의원 원장 / 주요 진료분야: 하지정맥류·만성정맥질환 / 부산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 부산대학교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수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