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맥초음파 검사를 받고 나면 결과지에 C1, C2, C4 같은 낯선 표시를 보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떤 분은 다리에 가는 실핏줄이 비치는 정도인데 C1이라는 표시를 받고, 어떤 분은 발목 피부색이 갈색으로 변한 상태인데 C4라는 표시를 받습니다. 이 기호가 무엇을 기준으로 나뉘는지, 숫자가 크면 무조건 더 급한 치료가 필요한 것인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CEAP 분류란 무엇인가
이 표시는 CEAP 분류라고 하는 만성정맥질환의 국제 분류 체계 중 임상적 소견(Clinical) 부분입니다. C0은 눈에 보이는 정맥 이상이 없는 상태, C1은 실핏줄이나 그물망 정맥이 보이는 정도, C2는 튀어나온 정맥류가 만져지는 상태, C3는 부종이 동반된 경우, C4는 피부색 변화나 습진 같은 피부 변화가 생긴 상태, C5는 치유된 궤양의 흔적이 있는 경우, C6은 활동성 정맥성 궤양이 있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등급이 곧 증상의 심각도는 아닙니다
다만 C 등급은 눈에 보이는 소견을 정리한 분류일 뿐, 그 자체가 증상의 심한 정도나 치료의 시급성을 그대로 알려주지는 않습니다. C1이라도 다리가 무겁고 피로감이 심할 수 있고, 반대로 C2에서도 별다른 불편이 없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등급만 보고 놀라거나 안심하기보다, 실제 증상과 함께 해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맥초음파로 확인하는 것들
등급을 정확히 나누고 치료 방향을 정하기 위해서는 서서 시행하는 정맥초음파 검사가 필요합니다. 이 검사에서는 어느 정맥에서 역류가 발생하는지, 역류 시간이 어느 정도인지, 심부정맥까지 영향이 있는지를 함께 확인합니다. 즉 CEAP의 C(임상 소견) 외에도 E(원인), A(해부학적 위치), P(병태생리)를 종합해야 전체 그림이 완성됩니다.
같은 등급이라도 다를 수 있는 이유
예를 들어 같은 C2라도 대복재정맥 전체에 걸쳐 역류가 있는 경우와, 짧은 구간에서만 경미한 역류가 있는 경우는 이후 경과가 다를 수 있습니다. 또한 피부 변화가 있는 C4로 넘어가면, 정맥 고혈압이 피부 조직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어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치료를 고려하는 기준
치료 여부는 C 등급 하나만으로 결정하지 않습니다. 증상이 뚜렷하고 초음파에서 의미 있는 역류가 확인되며, 그 역류가 증상과 해부학적으로 일치할 때 치료를 고려합니다. 반대로 초음파에서 경미한 역류만 보이고 증상이 없다면 바로 시술하지 않고 경과를 관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선택 가능한 치료법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레이저나 고주파를 이용한 정맥폐쇄술, 초음파 유도 경화요법 등 여러 방법 중 정맥의 굵기와 주행, 환자의 전신 상태에 맞는 방법을 선택하게 됩니다. 두 방법 모두 표재정맥의 역류를 치료하는 데 사용되지만, 열 사용 여부와 마취 방식, 회복 과정에서 차이가 있어 환자별로 적합한 방법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CEAP 분류의 한계
CEAP 분류는 어디까지나 현재 상태를 기록하고 의료진 간 소통을 돕기 위한 도구입니다. 같은 등급이라도 사람마다 진행 속도나 동반 질환이 다르기 때문에, 등급만으로 앞으로의 경과를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또한 치료 후에도 재개통이나 새로운 역류 경로가 생길 수 있어, 등급이 낮아졌다고 해서 정맥 문제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결과지에 적힌 C 등급이 궁금하시다면 숫자 자체보다 그 등급이 어떤 소견을 근거로 매겨졌는지, 본인의 증상과 일치하는지를 의료진과 함께 확인해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증상이 지속되거나 피부 변화가 나타난다면 진료를 통해 원인을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전상협 / 심장혈관흉부외과 전문의 / 하지웰심장혈관흉부외과의원 원장 / 주요 진료분야: 하지정맥류·만성정맥질환 / 부산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 부산대학교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수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