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저나 고주파를 이용한 정맥 폐쇄술을 받은 뒤, 예정된 추적 초음파에서 “치료한 혈관 안에 혈전이 약간 보인다”는 이야기를 듣고 당황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시술이 잘못된 것은 아닐까, 심부정맥혈전증으로 이어지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앞서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 소견을 이해하려면 먼저 혈전이 어디에, 얼마나 있는가를 구분해서 봐야 합니다.
치료된 정맥 안의 혈전, 왜 생기는 걸까
레이저 정맥폐쇄술(EVLT)이나 고주파 정맥폐쇄술(RFA)은 열에너지로 정맥 벽을 손상시켜 혈관을 막는 방식입니다. 이 과정에서 치료된 정맥 내부에 혈전이 형성되는 것 자체는 폐쇄가 진행되는 과정의 일부일 수 있습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그 혈전이 치료 범위 안에만 머물러 있는지, 아니면 대복재정맥과 대퇴정맥이 만나는 접합부를 넘어 심부정맥 쪽으로 뻗어 있는지입니다.
감별이 필요한 이유 — 국소 반응인지, 진행된 소견인지
치료 부위 안에 국한된 혈전과, 접합부를 지나 심부정맥으로 일부 돌출된 혈전은 임상적으로 같은 의미가 아닙니다. 또한 시술과 무관하게 새로 발생한 심부정맥혈전증일 가능성도 이론적으로는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종아리 통증이나 부종, 열감 같은 증상이 동반되는지도 함께 확인합니다. 치료 부위 국소 혈전, 접합부로 진행된 소견(흔히 EHIT라고 부르는 범주), 그리고 별개의 심부정맥혈전증 — 이 세 가지를 구분하는 것이 다음 대응을 정하는 출발점이 됩니다.
객관적 검사 — 접합부를 직접 확인하는 초음파
이를 확인하는 방법은 시술 후 통상 1~2주 이내에 시행하는 정맥초음파입니다. 서 있는 자세와 압박 소견을 함께 활용해 치료된 정맥의 폐쇄 정도와 함께, 혈전의 끝이 접합부에서 어느 정도 거리에 있는지, 심부정맥 내로 돌출된 길이가 얼마나 되는지를 관찰합니다. 숫자 하나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심부정맥 혈류가 얼마나 유지되고 있는지도 함께 살펴봅니다.
결과가 의미하는 것 — 정도의 차이
초음파 소견은 대략 몇 단계로 나누어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혈전이 치료된 정맥 안에만 머물러 있는 경우, 접합부 부근까지는 왔지만 심부정맥 안으로는 들어가지 않은 경우, 심부정맥 내강의 일부까지 돌출된 경우, 그리고 심부정맥 혈류의 상당 부분에 영향을 줄 정도로 진행된 경우까지 정도의 차이가 있습니다. 다만 이 구분은 초음파 소견의 한 축일 뿐이며, 환자마다 위험도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적응증과 선택 가능한 대응
국소 소견에 그친다면 특별한 조치 없이 예정된 추적 관찰만으로 충분한 경우가 많습니다. 접합부 근처까지 진행되었거나 심부정맥 쪽으로 일부 돌출된 소견이 있다면, 단기간 항응고제 사용이나 추적 초음파 간격을 앞당기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드물게 진행 정도가 상당하다면 좀 더 적극적인 대응을 논의하게 됩니다. 다만 어떤 방법을 선택할지는 이 소견 하나만으로 정해지지 않고, 환자의 과거 혈전 병력, 항응고제 복용 여부, 최근 활동량, 다른 위험 요인을 함께 고려해 결정합니다.
한계 — 초음파 소견만으로 전부를 알 수는 없다
초음파는 그 시점의 상태를 보여주는 검사이며, 이후 며칠 사이에 소견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또한 같은 정도의 소견이라도 환자의 전신 상태나 위험 인자에 따라 필요한 대응이 다를 수 있어, 일률적인 기준을 모든 환자에게 동일하게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다음 행동
시술 후 예정된 추적 초음파는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그대로 지키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예정일 전이라도 장딴지 통증, 갑작스러운 부종, 국소적인 열감 같은 증상이 생긴다면 예약일을 기다리지 말고 진료를 통해 확인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증상이 반복되거나 소견이 애매하다면 진료를 통해 원인을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전상협
심장혈관흉부외과 전문의
하지웰심장혈관흉부외과의원 원장
주요 진료분야: 하지정맥류·만성정맥질환
부산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 부산대학교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수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