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력이 있으면 정맥류가 반드시 생길까
부모님이나 형제자매 중에 하지정맥류로 치료받은 분이 있으면, “나도 언젠가 똑같이 생기는 게 아닐까” 하는 질문을 진료실에서 종종 받습니다. 실제로 하지정맥류는 가족력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진 질환 중 하나입니다. 다만 가족력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앞으로의 상태를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유전과 환경, 함께 작용하는 요인들
정맥 벽과 판막을 이루는 결합조직의 특성은 어느 정도 유전적으로 물려받을 수 있습니다. 판막이 상대적으로 약하거나 정맥 벽의 탄력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면, 같은 조건에서도 역류가 더 쉽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 지금까지 알려진 설명 중 하나입니다.
다만 가족력이 있다고 반드시 하지정맥류가 생기는 것은 아니고, 가족력이 없다고 해서 생기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오래 서서 일하는 습관, 임신, 체중 변화, 나이, 성별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하며, 유전적 소인은 그 중 하나의 조건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정맥 안의 판막은 다리 근육이 수축할 때 혈액이 심장 방향으로만 흐르도록 방향을 잡아주는 구조입니다. 이 판막이 선천적으로 약하게 형성되어 있거나 정맥 벽 자체의 탄력이 떨어지면, 서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혈액이 아래쪽으로 역류하며 정맥 안 압력이 높아지고, 이 과정이 오래 반복되면 혈관이 늘어나 정맥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정맥초음파가 필요한 이유
가족력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치료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실제로 역류가 있는지, 있다면 어느 위치에서 얼마나 발생하는지는 정맥초음파로 확인해야 합니다. 정맥초음파는 서 있는 자세에서 시행하는데, 중력이 작용하는 상태에서 정맥 판막이 실제로 제 기능을 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검사에서 역류가 확인되더라도 그 위치와 범위, 동반 증상은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납니다. 가족력이 있는 사람이라도 역류가 경미하거나 거의 없는 경우가 있고, 반대로 가족력이 뚜렷하지 않은데도 상당한 역류가 확인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검사 결과와 실제 증상이 서로 일치하는지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치료가 필요한 경우와 선택지
치료가 필요한지는 역류의 정도, 동반 증상, 피부 변화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합니다. 초음파에서 역류가 확인되었다고 해서 모두 즉시 치료가 필요한 것은 아니며, 증상이 없고 역류 정도가 경미하다면 경과관찰을 우선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레이저나 고주파를 이용한 정맥폐쇄술, 초음파 유도 경화요법 등 여러 방법을 상황에 맞게 고려할 수 있습니다. 각 방법은 열 사용 여부, 마취 필요성, 비용, 혈관의 굵기나 위치에 따른 적합성에서 차이가 있어, 환자의 혈관 해부와 증상에 맞춰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만 가족력이라는 유전적 요인 자체는 치료로 없앨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치료 후에도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부위에 새로운 역류가 생기거나 재개통이 일어날 가능성은 남아 있습니다. 정기적인 확인이 필요하다고 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가족력이 있다면 지금 확인해볼 것
가족력이 있고 다리가 붓거나 혈관이 두드러지는 등의 증상이 함께 있다면, 정맥초음파를 통해 현재 상태를 확인해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증상이 지속되면 의료진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전상협 / 심장혈관흉부외과 전문의 / 하지웰심장혈관흉부외과의원 원장 / 주요 진료분야: 하지정맥류·만성정맥질환 / 부산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 부산대학교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수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