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장거리 운전, 다리 정맥에 미치는 영향

장거리 비행이나 몇 시간씩 이어지는 운전을 하고 나면 발목과 종아리가 붓고 뻐근하다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정맥류의 신호인가요, 아니면 오래 앉아서 생기는 일시적인 증상인가요?”라는 질문을 진료실에서 종종 듣습니다. 두 가지는 겉으로 비슷해 보이지만 원인과 대응이 다를 수 있어 구분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장거리 비행·운전 중 다리가 붓는 이유

다리 정맥의 혈액은 중력을 거슬러 심장으로 올라가야 합니다. 걸을 때 종아리 근육이 수축하면서 정맥을 짜주는 근육 펌프 작용이 이를 돕고, 정맥 안의 판막은 혈액이 역류하지 않도록 한 방향으로만 흐르게 막아줍니다. 비행기 좌석이나 운전석에 몇 시간 앉아 다리를 움직이지 않으면 이 근육 펌프가 거의 작동하지 않아 정맥 내 혈액이 아래쪽에 상대적으로 고이기 쉬운 상태가 됩니다. 이 자체는 정맥 기능이 정상인 사람에게도 나타날 수 있는 생리적 현상입니다.

문제는 이미 정맥판막에 역류가 있는 경우입니다. 평소에는 크지 않던 역류라도 근육 펌프가 오래 쉬면 정체가 더 두드러지고, 붓기·무거움·뻐근함 같은 증상이 평소보다 크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즉 장거리 이동이 없던 하지정맥류를 새로 만든다기보다, 이미 있던 정맥 기능 저하를 일시적으로 더 잘 드러내는 계기에 가까운 경우가 많습니다.

걸을 때: 종아리 근육 펌프 작동 혈액이 심장 방향으로 이동 근육 수축이 정맥을 눌러 혈액을 밀어올립니다 장시간 앉아 있을 때: 펌프 작동 감소 혈류 속도가 느려지고 정체가 쉽게 생깁니다 펌프 작용이 줄어 혈액이 아래쪽에 고이기 쉽습니다 정상적인 생리 현상이며 이동 중 자세를 바꾸면 대체로 완화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감별이 필요한 경우 — 단순 부종과 구분해야 할 것

대부분의 여행 후 부종은 양쪽 다리에 비슷하게 나타나고 걷고 나면 몇 시간 내로 가라앉는 편입니다. 반면 한쪽 다리만 갑자기 붓고 통증·열감·발적이 동반되며 시간이 지나도 가라앉지 않는다면 심부정맥혈전증(DVT) 가능성을 배제해야 합니다. 장시간 부동자세는 하지정맥류뿐 아니라 심부정맥혈전증의 위험 요인으로도 알려져 있어, 두 가지를 같은 문제로 보지 않고 좌우 대칭성과 지속 시간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방법 — 정맥초음파

증상만으로는 이 붓기가 단순한 일시적 정체인지, 기존 역류가 있는 것인지, 혹은 혈전과 관련된 것인지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정맥초음파(duplex)는 서 있는 자세에서 시행하며, 판막이 정상적으로 닫히는지, 역류가 있다면 어느 위치·구간인지, 혈전이 있는지를 비교적 객관적으로 보여줍니다.

검사 결과가 의미하는 것

뚜렷한 역류나 혈전 소견 없이 증상만 있었다면 장거리 이동 중 생긴 일시적인 정맥 정체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특정 구간에서 반복적으로 역류가 확인된다면, 여행 후 증상은 이미 있던 정맥 기능 저하가 표면으로 드러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역류 소견이 있다고 해서 곧바로 시술이 필요하다는 뜻은 아니며, 증상 정도와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고려해 판단합니다.

치료를 고려하는 경우와 선택지

단순히 여행 후 일시적으로 붓는 정도라면 치료보다는 예방적인 생활 습관 조정이 우선입니다. 이동 중 1~2시간마다 일어나 걷거나, 앉은 채로 발목을 위아래로 움직여 종아리 근육을 수축시키는 동작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의료용 압박스타킹을 장거리 이동 시 함께 사용하기도 하며, 충분한 수분 섭취도 권장됩니다.

반면 정맥초음파에서 반복적이고 뚜렷한 역류가 확인되고, 이로 인한 증상이 이동 후뿐 아니라 평소에도 이어진다면 정맥 치료를 논의해볼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도 어떤 방법이 적합한지는 역류가 있는 정맥의 위치와 범위, 환자의 전신 상태에 따라 달라집니다.

한계와 다음 행동

압박스타킹이나 자세 변화 같은 예방 조치는 이동 중 정체를 줄이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이미 있는 판막 역류 자체를 없애주지는 않습니다. 증상 완화와 근본 원인 해결은 서로 다른 문제입니다. 붓기가 하루 이틀 안에 가라앉지 않거나 한쪽 다리에만 반복되거나 평소에도 다리가 무겁고 불편하다면 정맥초음파를 통한 확인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편측 부종에 통증·열감이 동반된다면 정맥류보다 먼저 감별해야 할 상황일 수 있으므로, 증상이 지속되면 의료진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전상협 / 심장혈관흉부외과 전문의 / 하지웰심장혈관흉부외과의원 원장 / 주요 진료분야: 하지정맥류·만성정맥질환 / 부산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 부산대학교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수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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